스포츠 경기에서 대기록이 나오려면 희생자가 필요하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의 유네스키 마야가 외국인 선수 역대 2번째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데도 제물은 필요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였다. 넥센 타자들은 마야의 공을 단 하나도 치지 못 했고 선발 앤디 밴 헤켄은 6이닝 동안 안타 5개,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대기록을 헌납한 것도 아픈데 지난해 최우수선수였던 서건창마저 경기 도중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었다. 최소 3개월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두산과 넥센이 다시 만났다. 마야와 밴 헤켄의 리턴 매치도 성사됐다.
결론은 쉽게 났다. 넥센 타자들은 작정하고 나온 듯 1회부터 몰아쳤다.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열흘 넘게 휴식을 취하고 넥센전에 나선 마야는 초반부터 흔들렸다.
마야 공략의 선봉에 나선 건 넥센 유한준이었다. 마야의 노히트노런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바로 유한준이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월 3점 홈런을 때렸다. 이어 2회말에도 2사 만루에 타석에 올라 만루 홈런을 날렸다. 넥센은 윤석민의 투런 홈런까지 더해 2회에만 8점을 쓸어 담았다.
결국 마야는 3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8안타를 맞고 11실점하는 처참한 성적을 안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반대로 타선의 지원을 받은 밴 헤켄은 두산 타선을 6회까지 4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를 따냈다. 넥센은 12대 0으로 두산을 완파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유한준의 첫 홈런은 경기에 흐름을 가져왔고 두 번째 홈런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며 “선발 밴 헤켄도 훌륭한 피칭을 해 줬다”고 두 선수를 칭찬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마야에게 당했으면 앞으로 징크스가 될 뻔했는데 선수들의 노력 덕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다”면서 “다음에 마야를 만나도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넥센은 경기에서는 승리했지만 걱정거리가 생겼다. 유한준이 2회까지 7타점을 올리며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까지 단 1점만 남겨둔 상태에서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한준은 3회 수비 도중 김현수가 친 안타성 타구를 잡으려고 슬라이딩 캐치를 하던 중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왼쪽 무릎 인대 손상이 의심되고 있다. 서건창과 함께 유한준까지 장기이탈 할 경우 넥센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는 KIA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3대 2로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7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고 마무리 윤석민은 뒷문을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잠실에서는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에 10대 0 완승을 거뒀고 마산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NC 다이노스에 5대 0으로 이겼다. 수원에서는 SK 와이번스가 kt 위즈를 상대로 9대 3 승리를 거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두번은 안 당한다”… 넥센, 마야에 뭇매
입력 2015-04-2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