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2개월을 갓 넘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건국 이래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가 물러나면서 여섯 번째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게 된 박근혜정부는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총리 후보자를 가장 많이 지명한 정권이 됐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이 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20일을 기준으로 재임 기간이 63일에 불과해 역대 가장 짧다. 다만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사의가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적어도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공식적으론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이 총리가 21일부터 직무를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넘김에 따라 사실상 헌정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로 남게 됐다.
이 총리 전까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총리는 허정 전 총리다. 1960년 6월 15일 취임해 제2공화국 출범 직후인 같은 해 8월 18일 물러났다. 총 재임 기간은 65일로, 이 총리보다 이틀 길다. 특히 허 전 총리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퇴진한 뒤 과도정부에서 혼란을 수습하다 새로 출범한 장면 내각에 정권을 물려줬다는 점에서 개인 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이 총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 외에도 역대 단명한 총리는 노태우정부 당시 노재봉 현승종 전 총리, 김영삼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 김대중정부의 박태준 전 총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노재봉 전 총리는 1991년 1월 23일 취임했으나 ‘강경대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20일 만에 물러났다. 이회창 전 총리는 1993년 12월 17일 취임했으나 김영삼 대통령과의 불화로 125일 만인 이듬해 4월 21일 교체됐고, 박태준 전 총리는 2000년 1월 13일 취임했다가 조세 회피 목적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져 126일 만인 5월 18일 경질됐다.
이 외에도 노태우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현승종 전 총리는 1992년 10월 8일 취임, 이듬해 2월 24일 노 대통령 퇴임에 맞춰 140일 만에 총리직을 내려놨다. 1954년 6월 27일부터 11월 28일까지 총 155일 동안 재임한 변영태 전 총리는 이승만정권의 ‘사사오입’ 개헌으로 국무총리직이 폐지되면서 물러났다.
총리의 궐위로 경제부총리가 총리대행을 맡은 건 이번이 7번째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첫 사례는 전두환정부 당시 신병현 부총리로 진의종 17대 국무총리가 재임 중 갑자기 뇌일혈로 쓰러지면서 3개월간 총리대행을 맡았다. 이후 이헌재 전윤철 한덕수 권오규 윤증현 당시 부총리가 전임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 후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난 데다 총리마저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 3인자’인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국정 1인자’ 역할을 맡은 건 역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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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2 03:19 수정 2015-04-22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