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朴 전 상무 검찰 출석 ‘아리송한 2시간’

입력 2015-04-22 02:57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의 첫 공식 소환자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는 오후 12시25분에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검찰에 출석하기로 약속한 시각인 오전 10시30분보다 2시간가량 늦은 시점이었다.

그가 지인의 흰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나선 시각은 오전 9시20분이었다. 출발 전 집 앞에 대기하던 취재진을 만나서는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 다 말씀드리고 나올게요”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자동차로 40분 남짓 소요되는 거리를 가는 데 3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 전 상무는 자택에서 곧장 서울고검으로 향하는 대신 서울 충정로에 있는 한 법무법인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기업 자문을 수행했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원외교 비리 사건을 변호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오전 10시쯤부터 1시간30분가량 회의를 한 뒤 변호인 1명을 최종 선임했다. 회의는 검찰에 약속한 출석 시각을 넘겨 계속됐다.

수사팀은 이 시점에 “다양한 경로로 연락을 취했지만 특정 시점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상무가 심적 압박을 못 이겨 돌연 잠적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남기업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해서 부담감에 이동을 멈추고 출석을 미루는 중이라는 해석도 불거졌다. 실제로 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출발한 뒤 오전 10시10분부터 경남기업 지하주차장에서 CCTV 자료를 확보하고, 오전 10시45분부터는 박 전 상무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집 외곽을 비추는 CCTV 4대의 1개월치 녹화 자료를 확보했다.

박 전 상무가 변호인과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서울고검으로 다시 향한 건 정오쯤이다. 이때는 택시로 이동했다. 박 전 상무 측은 “출석이 늦어질 수 있다는 연락을 미리 취했다”며 수사팀의 연락두절 판단을 의아해했다.

직장과 자택의 압수수색 사실을 듣고 증거인멸 혐의를 방어하고자 갑자기 변호인을 선임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법무법인 사무실에 도착한 뒤 오전 10시45분쯤 언론 기사들을 받아보고 비로소 경남기업 압수수색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자택 압수수색 사실 역시 법무법인에서 부인과 통화하며 알아차렸다.

다만 박 전 상무가 검찰에 출석하던 길에 변호인을 급히 선임한 배경은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박 전 상무는 20일 검찰 출석 시기를 통보받은 뒤 기자들에게 “변호사 선임은 생각도 안 했다. 가서 그냥 묻는 데 성실히 답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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