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완구 수사 ‘원 포인트’로 매듭지을 듯

입력 2015-04-22 02:55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심야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무총리를 소환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등장하는 8명 인사 중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의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유의미한 정황들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다량의 하이패스 사용내역과 성 전 회장의 일정표 등을 분석해 두 사람이 당시 이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수순은 당시 이 총리 선거캠프 관련자들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 사람이 독대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들과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윤모씨 증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검찰은 이 총리 수행팀장이던 김모씨와 선거캠프 회계담당자, 캠프 개소식에 참석했던 관계자 등을 소환해 진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검찰로서는 이 총리 측 인사가 윤씨를 회유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선거캠프 관련자 조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총리 소환은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기초조사가 모두 완료된 뒤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 검찰 간부는 21일 “수사 순서상 돈을 받았다는 사람의 소환은 제일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대통령이 귀국해 사표를 공식 수리한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직 국회의원을 여러 번 소환조사하기 어렵다는 부담도 있다. 사임하더라도 이 총리는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다. 검찰로서는 가능한 기초조사를 모두 끝낸 뒤 ‘원 포인트’ 소환으로 수사를 매듭짓는 방안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특별수사팀은 “법정에 제출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증거를 최대한 신속하게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사 일정은) 수사논리대로 차분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대상 1순위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홍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에서는 일찌감치 ‘금품전달자’가 드러났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 언론인터뷰에서 측근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2011년 5∼6월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부사장도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금품 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전달자의 진술이 절대적인 만큼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속도가 가장 빠르리란 게 법조계의 지배적 관측이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