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식품클러스터’ 해외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법인체로 둔갑시켜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국회와 언론에 “MOU 체결 전에 설립된 법인”이라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4월 20일자 1·5면, 21일자 1·8면 보도).
21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2월 25일 ‘프라하의 골드’와 77억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프라하의 골드는 체코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실버라인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맥주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일보 취재 결과 프라하의 골드는 체코와 한국 어디에도 법인 등록이 안 된 유령회사였다. 투자자로 명시된 실버라인캐피털도 자본금이 5만원도 안 되는 개인 투자회사였다.
이에 국민일보와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실은 지난 17일 농식품부에 프라하의 골드 법인 설립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농식품부는 이틀 뒤인 19일 “프라하의 골드 측으로부터 체코 법인 설립을 입증할 서류를 받아 본 결과 MOU 체결 12일 전 체코에서 법인 설립이 된 업체로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답변은 이틀 만에 거짓으로 밝혀졌다. 국민일보가 이날 프라하의 골드 측이 농식품부에 보낸 법인 설립 입증 서류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서류는 법인 등기부등본이 아닌 프라하의 골드 운영 정관이었다. 쉽게 말해 프라하의 골드를 설립하게 되면 누가 얼마나 투자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명시한 문서에 불과했다. 농식품부가 체코에서 법인 설립일로 지정한 2월 13일도 이 문서를 공증 받은 날짜였다. 한국외대 송순섭 체코어과 교수는 “이 문서는 법인 등록을 위한 준비서류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사업 영역에도 맥주 얘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21일 보도 해명자료에서 또 다시 “프라하의 골드는 유령회사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며 고품질 체코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체코 기업”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어 “프라하의 골드는 체코의 투자전문 회사 프락시파이낸스(자본금 880억원)가 지배주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락시파이낸스라는 회사는 지난 2월 MOU 체결 당시 보도자료와 이날 입수한 자료에서 모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바로법률 김민호 변호사는 “정부기관이 외국의 법인도 아닌 사인(私人)과 MOU를 체결하게 되면 분쟁발생 시 준거법 적용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도 “농식품부는 프라하의 골드와 맺은 MOU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프라하의 골드는 다음달 한국에서 법인을 등록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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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2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