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美 앞둔 아베, 야스쿠니 ‘참배’ 대신 ‘공물’

입력 2015-04-22 02:25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21일 참배객들 너머로 ‘내각 총리대신 아베 신조’란 명패(왼쪽)가 놓여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춘계 예대제(제사) 기간에 참배 대신 자신 명의의 공물을 바쳤다. 태평양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1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내각 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춘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는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방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측근인 에토 세이치 총리 보좌관은 이날 낮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제2차 정권 발족 후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으며 춘계·추계 예대제 때는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야스쿠니 신사의 단골 참배객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은 최근 참배 여부를 미리 얘기하면 논란이 생기는 점을 거론하며 참배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우리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는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침략전쟁의 주모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신 신사”라면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그런 신사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것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 및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본정부가 종전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아 종전 70주년 담화는 물론 반둥회의(22일), 미국 의회 연설(29일) 등의 좋은 계기를 놓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을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정부도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일본 지도자는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한다’는 역대 내각의 약속과 태도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8월쯤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포함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한 일본 방송에 출연,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이나 ‘사죄’ 등의 표현을 담을지에 대해 “과거 담화와 같은 것이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이상 다시 한 번 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를 향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 일제의 식민지배와 전쟁 범죄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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