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다음 총리는 또 누구를… 반복되는 ‘인선 트라우마’

입력 2015-04-22 02:14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 후보 지명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후임 총리 인선을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이번 인선은 박근혜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의 결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벌써 자천타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만 10명이 넘는다. 여권에서는 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로 ‘트라우마’가 깊은 만큼 국정 철학을 고려하기보다는 야당에서 호응할 수 있는 인사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론된다. 김 전 지사는 청렴성을 갖춘 데다 도지사로서 실무 행정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29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관악을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오 전 시장은 50대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강점이다. 다만 청와대 안팎에선 둘 다 차기 대권 잠룡이라는 점에서 ‘독자 행보’를 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도 안정감 있는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도덕성 검증을 거친 데다 전문성을 갖춘 고위 관료 출신으로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론된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각각 금융감독원장과 기재부 장관을 지낸 만큼 경제활성화 과제를 맡길 적임자로 부각됐지만 ‘쇄신 이미지’는 약하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했고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올랐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또다시 이름이 오르내린다.

야권 출신 기용설도 제기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꼽힌다.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로서 청렴한 법조인 이미지를 쌓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 기조를 힘 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기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 이외에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 실제 총리 후보로 지명된 사례가 없는 만큼 제3의 인사가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칼날 같은 검증 과정을 감안하면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총리 직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현재로선 인사 검증을 무난하게 통과할 사람을 고르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후임 총리는 박 대통령 측근 인사에서 발탁해선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이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더라도 국민적 신망이 있고 청렴결백하고 자기 소신과 국가에 대한 철학이 명확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려고 애썼던 때와 같은 절박함이 필요하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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