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 쩐녹치(28)씨는 요즘 경기도 안산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그는 "2년 전 사랑하는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숨진 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며 "가족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이 21일 이뤄졌다.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에서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 기념 다문화가정 부모 초청 행사’의 첫 일정인 입국 환영식이 열렸다.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친정 식구들이 하나둘 입국장에 들어서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면서 다른 식구의 안부를 물었다. 60대 몽골 할머니는 “딸아, 어디 좀 보자. 미안해 정말”이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베트남에서 온 쩐티망(48)씨는 “꿈에 그리던 딸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며 “이렇게 초대해 주신 한국교회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이름으로 개명한 베트남 며느리 한가을(27)씨와 함께 공항에 나온 시어머니 이영옥(60)씨는 “아들이 예쁜 색시를 얻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며 “며느리가 똑똑하고 살림을 잘하고 시부모에게도 잘한다”고 며느리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행사에는 몽골 필리핀 베트남 태국 중국 등 5개국 81명의 다문화가정 부모가 초청받았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등은 다문화가정 친정 식구들에게 “잘 오셨습니다. 오시느라 힘드셨죠”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양 대표회장은 “가족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많이 저리다”며 “좀 더 일찍 이런 행사를 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가족들과 초청을 받은 친정 식구들은 공항 환영식에 이어 오후에는 주최 측이 마련한 강원도 평창 대관령 양떼 목장과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 스타디움 관광길에 올랐다. 숙소인 평창 홀리데이인스위트 콘도에 있는 알펜시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이들은 각종 공연을 관람하며 상봉 첫날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민요 중창단이 아리랑을 부르자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루카스밴드’가 색소폰 해금 가야금 등으로 국악과 양악의 합주를 선보이자 어깨를 들썩거리며 손뼉을 쳤고, 여성 3인조 보컬그룹 베이비가 흥겨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를 때는 “원더풀”이라는 추임새도 넣었다.
성산효나눔재단 이사장 최성규 목사는 격려사에서 “좋은 딸들을 잘 길러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며느리들은 한국을 믿고 시집온 것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며 “함께 하모니를 이루어 좋은 나라, 평화의 나라를 만들어나가자”고 권면했다.
이주여성 및 다문화가족들은 23일까지 통일전망대, 대포항, 정동진 등 강원도 일대를 관광하고 23∼28일 딸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해 오붓한 시간을 함께한다. 행사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환송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이 아닌 비영리기관인 종교단체가 대규모 다문화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는 처음이다. 한교연 사회문화국장 신광수 목사는 “소외된 자들에게 손을 내민 이번 행사가 한국교회의 사회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공항·평창=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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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베트남 등서 시집온 이주여성-부모들 눈물의 해후 “반갑다 내 딸! 고마워요 한국교회”
입력 2015-04-22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