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朴 “成 전 회장 금품 제공 직접 목격한 적 없다”

입력 2015-04-22 02:58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1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을 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 야당·무소속 의원 4명이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이어 ‘성완종 리스트’로 도마에 오른 홍 지사를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했다.연합뉴스

방대한 자료의 분석에만 몰두하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21일 첫 소환 대상자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택한 이유는 그가 성완종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 8일 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마지막 대책회의를 열 때 핵심 측근으로 참석했다.

이런 박 전 상무는 애초부터 수사팀의 강제수사 대상이었던 경남기업 전·현직 주요 임직원 11명 중 가장 비중이 큰 인물로 꼽혔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2년간 수행비서로 성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의 비서를 지내는 등 30대 시절 정치권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한 이력도 그가 오래도록 정계 진출을 꿈꾸던 성 전 회장과 정치권 유력인사들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수사팀이 수사 진척에 도움이 될 ‘귀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을 때 박 전 상무가 바로 그 귀인이라는 기대감도 나왔었다.

이 세간의 기대감은 그가 금품 메모의 실체에도 가장 가깝게 접근한 측근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 6일 성 전 회장이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갈 때 동행했다고 밝혔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011년 5∼6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인물로, 역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에게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금품 전달 사실을 재확인하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윤 전 부사장의 대답은 어땠는지를 추궁했다.

다만 박 전 상무는 이날 증거에 목마른 수사팀에 핵심 진술을 해주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밤늦도록 진행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에게서 8명 이외의 정치권 유력 인사에 대한 특별한 말을 들어본 적도 없으며, ‘성완종 리스트’의 원장부 격인 ‘비밀장부’ 역시 실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고검에 출두하기 전 변호인 선임을 위해 들른 법무법인에서도 “경남기업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바 없고, 소위 ‘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로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검찰 특별수사 착수 이후 경남기업과 자택의 CCTV 자료를 삭제했는지 등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경남기업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은폐하려는 의혹이 생긴 상황에서 박 전 상무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게 아니냐는 추궁이었다. 수사팀은 증거인멸에 외부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는지도 폭넓게 조사했다. 박 전 상무는 “아는 범위 내에서 증거인멸은 없었고, 회유나 압박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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