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할 나이에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거나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은 우리만의 사회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유럽 역시 부모와 함께 사는 ‘어른 아이’들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영미권 등 서구에서 최근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지만 동구권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며 동유럽의 어른아이 급증을 집중 조명했다.
가장 심각한 예로 지목된 슬로바키아의 경우 유럽위원회(EC) 통계에 따르면 18∼34세 인구 중 74%, 25∼34세 기준 57%가 취업이나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차료와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부모의 간섭을 감수하는 이들 사이에는 ‘엄마 호텔’이라는 자조적 표현도 등장했다. 25∼34세 인구의 부모 동거 비율은 크로아티아(59%) 세르비아(54%) 불가리아(51%) 등도 높아 동유럽권이 전반적으로 캥거루족이 많았다.
NYT는 이에 대해 구 공산권 국가들의 정부정책 효과가 지지부진하고 장기 주택난, 특히 비싼 임차료를 포함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등 복합적 원인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가족에 익숙한 이들 국가들의 보수적인 문화가 이 같은 의존을 비정상이 아닌 ‘전통’으로 인식하는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캥거루족이 동유럽뿐 아니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중부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모 세대에 비해 서구화된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이 가정의 규율을 요구하는 부모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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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주택난이 키운 동유럽의 ‘캥거루族’
입력 2015-04-22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