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16조7000억원을 투입한 ‘부산항 신항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이 복마전에 가까운 ‘입주 로비’로 얼룩졌다. 배후단지 입주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산항만공사 간부들과 평가위원을 맡은 대학교수 등 35명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항만배후단지 입주를 대가로 물류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부산항만공사 전 부사장 황모(57)씨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업체대표 등 7명과 브로커 2명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10년 3월 30일부터 지난해 2월 5일까지 부산항만공사 부사장 겸 운영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배후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배후단지에 입주한 다른 업체들에 정기적으로 휴가비, 명절떡값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해 34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부산항만공사 김모(55) 팀장 등 2명은 입주희망업체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도움을 주고 이들 업체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다른 직원 2명은 물류협회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입주업체 선정평가위원으로 있으면서 뒷돈을 받고 심사를 한 안모(59) 교수 등 3명과 사업신청 자격을 허위로 꾸며낸 9개 물류업체 18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안 교수 등은 입주 희망 업체들로부터 3000만∼1억원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줬다. 이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고 성공보수로 2000만∼25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부산항 신항 항만배후단지는 외국자본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입주 업체들에 인근 산업단지 시세의 100분의 1 수준인 싼 임대료, 30∼50년의 긴 임대기간, 면세 등의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물류업체들은 이곳에 입주하는 것을 ‘로또 당첨’으로 여긴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선정평가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고 사업계획서를 부탁하거나 외국법인과 투자협약서를 위조하기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부산신항 배후단지 사업 ‘비리 종합세트’
입력 2015-04-22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