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역 실정 무시 독단 운영” 울분

입력 2015-04-22 02:44
지난 1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개회식에서 ‘자격루’ 구조물이 무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를 주최하는 조직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해당 지자체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은 조직위의 독단적인 행사 운영으로 지역이 소외되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 12∼17일 대구·경주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조직위는 각계 전문가와 해당 정부 기관 공무원, 대구·경북 파견 공무원, 자체 인력 등으로 구성돼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행사 6일 전에야 대구에 현장 사무실을 차리는 등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개회식 퍼포먼스에서 자격루(물시계) 구조물이 넘어지는 황당한 사고도 준비 부족 때문이란 것이다.

특히 자격루 퍼포먼스의 경우 조직위가 대구시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준비한 행사로 알려지면서 지역을 무시한 독단적 운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구시의회는 대회 직후 조직위의 운영 미숙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세계물포럼으로 대구의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대회 기간 중 국토부와 조직위의 독선적인 행사 진행으로 대구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 경북 문경시 등에서 열리는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도 조직위와 지자체 간 갈등이 노출됐다. 유치 초기 대회를 상징하는 엠블럼 선정을 놓고 조직위가 ‘문경’ 지명을 빼고 엠블럼을 만들기로 해 문경시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문경’ 지명이 들어간 엠블럼과 들어가지 않은 것 2가지를 병행해 사용하기로 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8 강원도평창올림픽’ 등 다른 지역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국제행사 역시 조직위와 지자체 간 의견 충돌로 구설에 올랐다.

지자체들은 국제행사 예산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이유로 조직위가 정부의 의견만 너무 따라간다고 불만이다. 지방의 특수성·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물포럼의 경우 국토부가 250억원 정도를, 대구시·경북도가 60억원 정도를 부담했다. 다른 지방 개최 국제행사들 역시 정부의 비용 부담이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는 해당 지자체가 주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직위가 현지 사정을 잘 모른채 개·폐회식, 숙박, 교통 등 행사전반을 지휘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격루 문제도 처음부터 대구시에 맡겼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는 해당 지자체장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정부는 지원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보고 이를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