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수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핵심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 측근이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상무는 리스트의 사실관계를 둘러싼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주변부 조사를 거쳐 리스트에 거명된 정권 실세 8명의 금품 수수 의혹을 차례차례 규명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오직 한 길로만 가야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해 부담도 덜어졌다. 따라서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답변을 통해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우선 본줄기인 리스트 진상을 파헤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다른 비리들에 칼을 대는 게 순서다.
물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과거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특혜성 지원도 마찬가지다.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개시를 전후해 국회 정무위원이었던 성 전 회장이 금융 당국이나 금융사 최고위 관계자들을 전방위로 접촉한 사실이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관계(官界)·금융계의 불법과 비리가 있었는지를 캐내야 한다. 진실 확인 차원에서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관련 의혹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선 안 된다.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개혁 차원의 수사를 주문한다고 해서 여야 정치인을 골고루 수사 대상에 넣는 것은 금물이다.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수사를 하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력층의 외풍도 막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찰총장이 수사 내용을 보고받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데다 물증 확보도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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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성역도 물타기도 없어야
입력 2015-04-2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