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사고보다 더 심각한 미세먼지, 대책 서둘러라

입력 2015-04-22 02:30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때문에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30세 이상 성인 1만5000여명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수도권 연간 사망자 수의 15.9%를 차지하는 것으로 10명 중 1∼2명이 미세먼지 탓에 일찍 죽는다는 말이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과 아주대 환경공학과 김순태 교수팀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등의 대기오염(분진)이 수도권 지역 거주자의 사망에 미치는 영향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

국제 학술지인 직업환경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된 이들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30세 이상 성인의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0년 한 해에만 1만5346명으로, 하루 평균 41명에 이른다. 이는 전국 자살자 수의 하루 평균치인 40명(2014년)보다 더 많다.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하루 평균치 14명(2013년)보다는 훨씬 더 큰 수치다. 대기오염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피해 규모가 이토록 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보다 훨씬 더 많은 조기 사망자를 내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서는 교통사고 예방 대책 이상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맞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이처럼 실증되고 있는데도 정부 대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서울만 해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012년 41㎍/㎥였으나 2013년 45㎍/㎥, 2014년 46㎍/㎥를 기록하는 등 다시 나빠지고 있다. 임 교수팀은 그러나 정부의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 관리 기본계획’이 효과를 거둬 목표치를 달성하면 2024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1만866명으로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의 2만5781명보다 57.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공해차량 운행제한 지역 설정, 친환경차 보급 확대,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 강화 등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