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집요한 연락에 오래 시달렸다. 나를 ‘첫사랑’ ‘○○아씨’ 이렇게 불렀다. 더는 숨지 않겠다. 진실을 밝히겠다.”
제자를 상습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4차 공판이 2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렸다. 피해 여학생 2명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2시간 동안 그의 추행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강 전 교수에게 겪은 일을 또렷이 진술했다. 숨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자신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대 졸업생 A씨는 강 전 교수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끈질기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프다. 우울하다. 보고 싶다. 만나자’ 등의 문자 혹은 전화를 남겼다. 전화번호를 바꿔도 봤다. 하지만 강 전 교수는 동아리 주소록을 뒤지거나 싸이월드 등을 통해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냈다. 번호를 자주 바꾸는 A씨에게 “네가 연예인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두 차례나 바꿨다. 2011년과 지난해 성추행을 당한 B씨는 “당하고 이틀 정도 방 밖에 나가지 못했다”며 “계속 연락하면 외부에 알리겠다고 항의도 했지만 되레 ‘잘해줬더니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나한테만 저지른 일인 줄 알고, 그냥 사과 받고 넘어가면 정신 차리시겠지 생각했지만 많은 학생이 똑같이 당한 것을 알고 죄책감과 후회가 컸다”며 울먹였다.
검찰은 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서울대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학생을 상습 강제추행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황인호 기자
강석진 교수 성추행 피해자 2명 공개 증언
입력 2015-04-21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