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거취, 고민의 與

입력 2015-04-21 03:25 수정 2015-04-21 09:12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날 기념식에 참석. 얼굴에 손을 댄 채 연단을 바라보고 있다. 서영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새누리당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공식적으로는 ‘불가(不可)’ 입장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은 국정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이 총리 거취와 관련해 아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심을 고려하면 1주일도 길다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4·29 재·보궐 선거의 성적표도 걱정스럽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재선거가 실시되는 서울 관악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새누리당은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전폭 지지하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특별검사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20일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중남미 정상외교를 하느라 자리를 비운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공백이 생겨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이 해임건의안을 실제로 제출하면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 귀국 전까지 결정을 미뤘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상태다. 새정치연합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근심스럽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자진사퇴 요구가 확산되는 것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의 하태경 의원은 “이 총리 사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나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 드라이브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법적 증거가 나오기 전이라도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의원도 “결국은 총리와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압박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선(先) 사의 표명, 후(後) 사의 처리’ 방안이다. 이 총리가 박 대통령 순방 중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 사의를 수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다만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국정을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 말고는 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총리의 검찰 소환 일정은 결정적 변수다. 가능성은 낮지만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에 검찰이 이 총리를 부른다면 사의 표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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