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SK㈜ 합병… 최태원 회장 지배구조 탄탄해진다

입력 2015-04-21 02:47

SK㈜와 SK C&C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이로써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한 강력한 그룹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합병은 SK C&C와 SK가 각각 1대 0.74의 비율로 이뤄지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다만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를 쓰기로 했다. SK그룹은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두 회사의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두 회사 합병의 이유에 대해 SK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 등을 꼽았다. 실제로는 옥중경영 중인 최 회장의 지배력이 대폭 강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최태원 회장의 직접 지배구조 강화=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SK와 SK C&C가 언젠가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SK는 그룹의 지주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는 SK C&C가 SK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0.02%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SK C&C의 지분은 32.9%를 갖고 있다. 즉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옥상옥 구조인 셈이다.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갖고 있는 SK C&C 지분(10.50%)을 포함하면 최 회장 일가의 SK C&C 지분은 40%가 넘는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간접 지배구조가 최 회장→SK의 직접 지배구조로 일거에 개선된다. 최 회장의 SK 지분도 급상승한다. 합병 이후 최 회장의 SK 지분은 0.02%에서 23.4%로 늘어난다. 최 이사장 지분(7.5%)까지 합치면 30.9%를 넘게 돼 경영권 유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최 회장 입장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 강화도 이룰 수 있는 일거양득의 포석인 셈이다.

그동안 최 회장의 취약한 지분구조는 경영권에 상당한 위협이 돼 왔다. 실제 2003년 투자회사 소버린은 SK그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SK 주식을 14.99%까지 사들여 단일주주로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소버린은 SK에 이사진 총 사퇴와 SK텔레콤 매각을 통한 재벌구조 해체, 최태원 일가 퇴진 등을 요구해 최 회장의 경영권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하는 최 회장이 무리하게 회삿돈을 빼돌려 선물에 투자한 것도 그룹 내 취약한 지분구조를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 마련 차원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그룹은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플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혁신으로 위기돌파=SK그룹은 올해 들어 사업구조 재편과 그룹 경영권 투명화 등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최 회장의 수감생활이 2년을 맞이하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이 정체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과 시장 포화 등 여파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7년 만에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인사와 구조개편 등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SK그룹은 지난해 말 CEO 세미나를 통해 ‘전략적 혁신을 통한 위기탈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사업 간 재편작업을 전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전격적인 지주회사 합병까지 확정된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이었다”면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합병건에 대해 SK그룹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근 수펙스추구위원장과 박정호 SK C&C 대표이사, 조대식 SK 대표이사 등이 합병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최 회장의 위임을 받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용택 기자 r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