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成, 유서 남기기 6시간 전까지 측근들과 대책회의

입력 2015-04-21 02:58 수정 2015-04-21 09:14

검찰에 소환된 4월 3일부터 목숨을 끊은 9일까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마지막 1주일은 급박했다. 검찰청에서 나온 직후부터 자택 등에서 최소 네 차례 이상 ‘대책회의’를 가졌다. 3월에는 거의 없던 회사 관계자들의 자택 출입이 급격히 늘었다. 장남과 독대한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각계에 ‘구명전화’를 걸고 ‘금품 전달자’ 윤모씨를 만나는 등 이 1주일 동안 최후의 몸부림이 진행되고 있었다.

20일 성 전 회장의 서울 청담동 자택 출입기록과 측근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기 직전인 3일 오전 8시 장남 승훈씨를 자택으로 불렀다. 승훈씨는 지난달 18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직후에도 왔었다. 아들에게 검찰 수사에 대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쯤 검찰에 출석한 성 전 회장은 다음 날까지 약 18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집에 돌아온 그는 낮 12시쯤 하모 경남기업 상무, 박준호 전 홍보담당 상무를 불렀다. 하 상무 차량이 성 전 회장의 자택에 온 것은 두 달 사이 이날이 유일하다. 검찰 조사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 전 회장의 행보는 빨라졌다. 5일을 전후로 여야 정치인들에게 ‘구명 전화’를 본격적으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성공불융자가 뭔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4∼5일 전에 전화를 걸어와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6일 오후 1시 성 전 회장은 박 전 상무를 다시 한번 자택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인물로 알려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입원한 서울시내 모 병원으로 갔다. 성 전 회장은 윤 모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2011년 내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주라고 한 돈 1억원을 실제 전달한 게 맞지 않느냐”고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에는 밤 11시에 가족·측근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장남 승훈씨와 성 전 회장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 박 전 상무, 정모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 등이 참석했다. 정 팀장은 성 전 회장이 새누리당 의원을 지내던 시절 보좌관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승훈씨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한모(50) 전 부사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승훈씨가 ‘내가 경남기업 기획실장으로서 문제점을 찾기 위해 한 부사장한테 회계 자료를 달라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었다. 아버지(성 전 회장)가 너무 그 사람(한 부사장)을 믿은 것이 잘못된 거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승훈씨는 한 전 부사장과 갈등을 빚다 2012년 퇴사했다.

성 전 회장은 8일 가장 급박하게 움직였다. 오후 2시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후에 지역구 측근인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 김진권 전 태안군의장,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 등 3명과 만났다. 오후 8시30분에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 저녁을 먹고, 오후 11시쯤 코리아나호텔에서 박 전 상무, 이모 부장 등과 다음 날 있을 영장실질심사 대책회의를 가졌다.

성 전 회장은 숨 가쁘게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기사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일 오전 5시 자택을 나선 뒤 오후 3시32분 북한산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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