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0조원 돈다발로 ‘美·인도 벨트’ 뚫는다

입력 2015-04-21 02:28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20일 파키스탄을 찾으면서 미국과 인도가 중국과 파키스탄의 밀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이 서남아시아의 핵심 국가인 파키스탄에 456억 달러(49조3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 보따리를 풀면서 새로운 ‘세계 경제 축’으로서의 양국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50조원 돈뭉치로 1석 4조 효과=시 주석은 1박2일간의 이번 방문에서 파키스탄과 5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협정을 체결한다.

우선 파키스탄 서남부 항구도시 과다르부터 중국 서부의 신장 자치구 내 카쉬가르를 연결하는 철도 및 도로망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통로(Economic corridor)’를 건설한다. 길이가 2000마일(3200㎞)을 넘는다. 아울러 과다르 항만 및 공항건설, 에너지 분야 협력, 인프라 건설, 산업분야 협력 등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과다르 투자로 중국은 중동과 서남아시아, 유럽으로의 새로운 무역길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일대일로(중국이 천명한 유럽-아시아를 잇는 신(新)실크로드)가 거대한 교향곡이라면 ‘경제통로’는 그 교향곡을 시작하는 달콤한 첫 멜로디”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신화망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아산 아크발 경제기획부 장관도 “경제통로가 중국-서남아-중앙아를 잇는 인구 30억명의 거대한 경제블록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파키스탄 협력은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미국과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눈에 띄게 밀착해왔다.

지난해 9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올해 1월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를 각각 방문하며 협력을 다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우방이자 인도와는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과 손을 잡음으로써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인도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구호활동과 테러 척결 위주의 미국의 대(對)파키스탄 협력이 실패한 것을 보고 중국이 경협 위주의 새 접근법으로 파키스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으로선 파키스탄과의 밀월로 신장위구르 자치지역 내 이슬람 분리독립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분석했다. 파키스탄과 신장 국경지대는 중국 내 이슬람 무장단체의 활동 근거지였는데, 파키스탄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통제와 테러 척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경제통로’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테러도 줄어들 전망이다.

시 주석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선물’도 챙겼다.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으로부터 위안(元)급 41형 디젤 잠수함 8척을 60억 달러(6조5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도 해군에 맞서기 위한 것이어서 중국으로선 꿩 먹고 알 먹는 계약인 셈이다.

◇시 주석 “파키스탄은 형제의 나라”=이런 다목적 포석의 방문길인 만큼 시 주석은 19일 파키스탄 현지 신문 기고문에서 “형제 집을 방문하는 것 같다”며 강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친구의 아름다운 형상이 내 마음의 거울에 있으니 조금만 내려다보면 보인다”는 파키스탄 시(詩)를 인용하며 “내 마음에 파키스탄이 이와 같은 좋은 친구”라고 언급했다. 파키스탄 역시 시 주석의 전용기가 국내로 들어올 때 양국이 합작 생산한 샤오룽(梟龍) 전투기 8대로 구성된 편대를 띄워 전용기를 호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