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JYP 시스템 변혁 이끄는 박진영 “흥행 위해 재미없는 걸 할 순 없죠”

입력 2015-04-21 08:10

박진영(43·사진)의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년간 우려의 시선 속에 있었다. 원더걸스, 2PM 활동이 부진하면서 CF에서 활약하던 ‘수지(미쓰에이)가 먹여 살리는 회사’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내리막길이었던 영업실적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다.

그러던 JYP가 지난달 나온 미쓰에이의 새 앨범에 이어 박진영의 신곡 ‘어머님의 누구니’로 ‘홈런’을 쳤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은 들뜰 법한데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음악을 대량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어요. 창의성이 생명인 음악시장과 대량생산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지만 당시 국내 연예기획사 앞에 시가총액 1조원이 깰 수 없는 벽처럼 보였어요. 넘어서려면 좋은 품질로 대량생산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이었고요.”

3년 전 JYP는 긴 실험을 시작했다. 신인 작곡가 30여명을 영입했고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으면서 박진영의 색깔을 없앴다. 그는 “내가 곡을 쓰지 않는 게 중요했다. 누구라도 타이틀곡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의사결정 과정도 확 달라졌다. 박진영과 정욱 대표가 해오던 일을 기획·마케팅 파트 구성원의 다수결로 진행했다. 예컨대 15명 직원이 음반 발표 전 평가를 하는데, 평균 80점을 못 넘으면 앨범을 낼 수 없고 90점이 넘으면 예산이 많이 주어진다. ‘어머님이 누구니’는 내부 평가에서 역대 최고점(94점)을 받았다. 현재 이 곡은 발표 9일째 인기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JYP의 새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2013년 10번째 앨범 ‘하프타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논하던 그는 이번엔 전매특허 섹시함을 앞세웠다. 잘록한 허리와 큰 엉덩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찬사를 담았다. 결혼 등 신상변화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펑키한 느낌의 곡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음악이 인생의 기록으로 남길 바라요. 흥행을 위해 재미없는 걸 할 수 없죠. 8월쯤 앨범도 낼 예정입니다. 꽤 야해요.”(웃음)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에게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회사는 2020년을 바라보며 간다. “지금 JYP가 빅3 기획사든 빅 20이든 상관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 중요합니다. 결과보다 과정, 오늘 하루의 과정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닙니다.”

뮤지션 박진영으로선 60세 때 인생 최고의 노래와 춤 실력을 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20대 때보다 지금 춤을 더 잘 추고 노래하는 것도 편하다”며 “2032년 60번째 생일엔 인생에서 가장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 ‘철저하게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인정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