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연루’ 정치인, 경남기업에 회유 정황

입력 2015-04-21 02:59 수정 2015-04-21 09:15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에 기재된 정치인 측 인사가 경남기업 관계자를 회유·압박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참고인 조사 상황과 관련한 정보 보안을 더욱 강화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경남기업 전·현직 인사 11명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분석을 완료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성 전 회장 수행비서 출신인 이모(43)씨, 경남기업 윤모(52) 전 부사장, 박준호(49) 전 상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휴대전화 분석에서는 통상 업무와 관련이 없는 신원 불명의 인물들과 접촉한 정황이 여러 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주목하는 시기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지난 9일부터 수사팀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한 15일 사이다. 이 시기에 차명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나 공중전화를 사용해 이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제3의 인물’을 동원해 접촉하려 한 단서가 나왔다는 얘기다. 검찰은 측근 그룹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디지털 자료 복원을 통해 ‘신원 불명’의 인사가 누구인지를 추측하게 하는 정황도 일부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를 전후해 리스트 속 인물 측과 경남기업 관계자 사이의 접촉 단서나 증거인멸 정황은 검찰의 소환 시기 조율 등 향후 수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그의 행적을 알고 있는 핵심 참고인들의 진술이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삭제된 자료는 지워진 일시가 정확하게 드러나 있었다”며 “증거인멸 시도와의 연관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팀은 금품 공여자 진술 등 핵심 증거가 없는 이번 사건의 특성을 감안해 통상의 금품 수사에서 쓰지 않는 ‘색다른 기법’도 동원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사 방법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방법도 활용해서 진상을 밝히겠다”며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이 방법의 효과 여부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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