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전체에 ‘대통령 귀국 전 사퇴론’이 확산되면서 이완구 총리가 더욱 사면초가로 몰리는 형국이다. 총리직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최근 들어 부쩍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초기 “목숨을 걸겠다”거나 “절대 금품을 받지 않았다”며 적극적 자세를 취했던 것과 상반되는 변화다.
이 총리는 20일에도 전날에 이어 외부 행사 행보를 이어갔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다. 앞서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선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200여 차례 통화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다 말씀드렸다. (성 전 회장과) 국회의원을 1년 같이 했는데…”라고 했다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을 끊었다.
이 총리의 스탠스는 여전하다. 현 상태에서 사퇴할 경우 국정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은 그에게 대통령 귀국일인 27일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심으론 검찰 소환 통보를 받으면 물러나겠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총리실에서도 변화된 기류가 감지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낮은 자세로 언론보도 등 사건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보다 세밀한 보살핌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종합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보다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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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말 아끼는 이완구
입력 2015-04-21 02:22 수정 2015-04-21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