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농식품부 ‘유령회사’ 감싸기 국격은커녕 국제적 망신만

입력 2015-04-21 03:40

“체코 맥주생산업체 ‘프라하의 골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는데 체코에는 그런 맥주회사가 없다.”

“이 회사 모회사 격인 ‘실버라인 캐피털’이 맥주 생산과 연관돼 있다.”

“실버라인 캐피털은 자본금이 5만원도 안되는 개인투자회사인데?”

“착오였다. 다른 프라하의 골드 예비 투자자가 와인산업과 연관이 있다.”

“와인이 어떻게 맥주와 같나. 프라하의 골드라는 법인이 체코에 등록돼 있긴 한가?”

“그쪽에 관련 서류를 요청해서 확인해 보겠다.”

“그럼 지난 2월 그 회사가 법인 등록돼 있는지 확인도 안하고 MOU를 맺은 건가?”

“…”

한달 여 동안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체가 불분명한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와 국가식품클러스터 MOU를 맺었다는 의혹을 취재하면서 농식품부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아무렴 구멍가게도 아닌 중앙부처가 국가의 이름으로 MOU를 맺으면서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확인을 거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취재를 할수록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유치해 대한민국 식품산업 선진화를 이끌겠다는 MOU 취지는 찾지 못했고, ‘유령회사’의 홍보대행사로 전락한 정부의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MOU 체결 2주 전에 프라하의 골드가 체코에 법인으로 등록됐다”는 농식품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뒤늦게 프라하의 골드 측으로부터 법인 등록 관련 서류를 받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일보와 국회의 확인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프라하의 골드 측이 이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유령회사와의 약속을 더 중요시하는 셈이다. 농식품부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페이퍼 컴퍼니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 같아 씁쓸하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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