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통치자금 투자 미끼 5000만원 가로채

입력 2015-04-21 02:40
“대통령 통치자금 알지? 그걸 관리하는 데가 있어.”

지난 1월 이모(59)씨는 지인 김모(67)씨와 한모(67)씨로부터 솔깃한 말을 들었다. 이들은 “돈을 넣으면 하루에 4배로 불릴 수 있다”고도 했다. 경기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한 이씨는 대통령의 지하 통치자금에 대한 말을 듣고 이를 지인인 성모(67)씨에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후 성씨가 소개해준 이들이 ‘우연찮게’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이씨는 “돈을 불려 달라”며 5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 김씨는 그 뒤로 잠적해 버렸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김씨와 한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1000여명을 일일이 조사한 끝에 이들의 혐의를 입증해 16일 구속했다. 김씨와 한씨는 성조기와 백악관 문양을 그려놓고 영어로 만든 명함도 갖고 다녔다. 이들은 2012년 10월에도 대통령 통치자금을 거론하며 다른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