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이 먼저다

입력 2015-04-21 02:06
이완구 국무총리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은 ‘3000만원 수수 의혹’이라기보다 끝없이 계속되는 거짓말 행보다. 이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잦은 말 바꾸기로 자기 말에 스스로 신뢰성을 잃었다. ‘성완종 파동’을 겪으면서도 거짓말을 거듭해 국민들이 등을 돌린 형국이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 공개 직후 “성 회장과 알고 지냈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했으나 각별한 사이임을 증명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급기야 두 사람이 최근 1년 동안 전화 통화를 217번이나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중 64번은 이 총리가 전화를 건 경우다. 이러고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할 텐가. 일국의 총리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 총리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재선거 때 독대했다고 밝힌 성 전 회장 운전기사에게 이 총리 측이 접촉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에 속한다. 그의 이런 행태는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당장 총리직을 그만둬야 할 사안이다.

여권 핵심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어서 당장 총리를 경질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경우에도 국정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식물총리’를 유지하는 게 과연 옳은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현 체제를 유지하기보다 다음 서열인 부총리한테 국정을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차선책으로 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 귀국(27일) 때까지 흔들림 없이 국정을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총리 신변 정리를 귀국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다. 이 총리가 사의를 밝힐 경우 그의 거취와 관련된 여야 정쟁도 잠잠해질 것이다. 비상한 시기 국정의 주요 축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런 방안을 염두에 두고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총리 해임건의안 공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총리 사퇴는 시기가 문제일 뿐 할 수밖에 없는 상태임을 새정치연합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임건의안으로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것은 4·29 국회의원 재보선을 의식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야당도 국정을 외면하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