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활황 장세를 보이니 개미들이 대박을 꿈꾸며 너도나도 뛰어드는 형국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2100선을 뚫어 사상 최고치(2228.96)에 육박했고, 코스닥은 7년3개월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 주요국의 양적완화에 따라 넘쳐나는 외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고, 이에 고무된 개미들이 앞 다퉈 주식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외국인의 힘, 코스닥은 개미군단의 힘에 의해 불이 붙고 있다.
20일엔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 등 대외 요인에도 불구하고 소폭 오르며 코스피는 올 들어 12%, 코스닥은 30% 정도 상승했다. 이처럼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증권사에 맡겨 놓은 개미들의 예탁금은 사상 최대인 21조원을 넘어섰다.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결과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개미도 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7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 5조원대에서 올 들어 2조원가량 급증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닥(3조7800억원)이 시가총액에서 8배가량 큰 코스피(3조3300억원)를 추월했다. 개미들의 장터인 코스닥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빚에 의한 ‘묻지마 투자’가 문제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금은 실적 장세가 아니라 유동성 장세다.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를 조심해야 한다. 자칫 급락 장세로 바뀌면 신용융자는 시한폭탄이 돼버린다.
중국 투자자들도 자국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빚을 내 주식 사재기에 나선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최근 신용거래 규제 등의 제동을 건 것도 과열 양상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자의 경고대로 ‘이성과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근데 우리 당국자들은 오랜만의 증시 활황에 취해버렸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증시 활황과 개미군단
입력 2015-04-2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