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지난해 4월 고양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 대회에서 망신을 당했다. 5전 전패를 기록하며 그룹B(3부리그)로 강등된 것이다. 비상이 걸린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정상을 두 번이나 밟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캐나다 교포 백지선(48) 감독에게 SOS를 쳤다. 백 감독은 지난해 8월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고 이후 대표팀은 확 달라졌다. 이기는 법을 깨우친 대표팀은 2015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9일 밤(한국시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아이스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에 9대 4 대승을 거뒀다. 4승 1패(승점 12)로 대회를 마친 한국은 영국이 리투아니아에 2대 3으로 패해 승점 11점(3승 1연장승 1패)에 그친 바람에 극적인 뒤집기 우승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번 우승으로 디비전1 그룹A 복귀 목표를 이뤘다.
백 감독이 8개월 만에 한국의 전력을 확 끌어올린 비결은 뭘까?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키를 즐기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스태프가 라커룸을 정리하게 하는 등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선수 선발 때 이름값을 따지지 않았고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김기성(30·안양 한라)은 경기 후 “기존 대표팀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라며 “감독님이 링크 위에 있는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선수들 모두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NHL에서 쓰는 전술을 대표팀에 도입했다. 선수들은 NHL의 선진 기술을 공부했으며 실전에 활용했다. 마침내 전에 없던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전원 공격-전원 수비인 ‘토털 아이스하키’로 유럽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전력을 구축했다.
백 감독은 “최선을 다해 우승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링크에서 서로를 챙겨 주는 우리 선수들의 인품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아이스하키가 지난해 9월 개최국 자격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확보하며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선 “지금처럼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속적인 응원을 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NHL 스타 백지선, 한국 아이스하키 새 장 열다… 지난 8월 고국 요청으로 사령탑 맡아
입력 2015-04-2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