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들은 교회 벽에 그려진 성화 ‘천지창조’와 ‘수태고지’, ‘최후의 만찬’을 보고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해했을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는 현대의 네티즌은 웹사이트에서 발견한 크리스천 웹툰을 보고 감동 받는다. 웹툰 ‘교회를 부탁해’ ‘헤븐리스파이’로 크리스천들을 울리고 있는 김민석(30·사랑의교회) 작가를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은 빌라 지층에 위치했지만 하얀 벽에 가구가 적어서인 지 넓고 깨끗해 보였다. 가장 큰 방은 김 작가가 만든 홈페이지 헤븐리스파이(heavenlyspy.com)에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 4명의 공동 작업실이었다. 한쪽 벽면 책장에는 ‘IVP 성경주석’ 등 성경해설서와 기독교 고전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김 작가의 책상 앞에는 현재 연재 중인 ‘우상파괴자들’ 그림이 붙어 있었다.
하얀 얼굴에 부드러운 눈매가 딱 ‘교회 오빠’ 이미지였다. 함께 자리 한 ‘21세기 성경학습만화’ 김영화 작가도 비슷했다. “‘교회 오빠’ 같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하하.”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열 살 무렵 200쪽 넘는 동물 소묘를 ‘마스터’했다. 중학교 땐 친구 2명과 밥 같은 만화를 그리자며 ‘공기밥’이란 만화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서울 한 대학 애니메이션과 입학 후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 2006년 2월 군대에 갔다. “육군 공병단 운전병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성경을 읽기 시작했어요. 성경에 무지하기도 했고, 대학 입학 후 ‘성경에 삼위일체란 말이 어디 있냐’ 이런 말에 대답하지 못한 괴로움이 있었거든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성경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갈 2:20)과 “예수가 교회의 머리가 된다”(엡 1:22)는 말씀이 크게 그를 흔들었다. 삶과 공동체의 주인을 예수로 받아들이지 못한 과거를 돌아봤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선한 메시지를 영상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예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것이란 걸 깨달았어요.”
그는 2008년 제대 후 자퇴서를 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백지’ 상태에서 고민했다. “기도 중 일본인들에게 만화로 복음을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08년 여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복음화 기도회에 갔다. 이때 ‘팔복’의 김우현 감독으로부터 만화로 복음을 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첫 작품은 김 감독의 책 ‘하늘의 언어’를 만화로 각색한 ‘영으로 비밀을 말함’(2009) 단행본이었다. “김 감독님이 어느 날 저한테 ‘이제 너의 사이트를 해봐라’ 그러셨어요.” 이 게 헤븐리스파이의 시작이다. 2010년 첫 웹툰 ‘헤븐리스파이’는 사탄의 무리 속에 스파이로 잠입한 천사와 하나님 나라를 참뜻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다. 형식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참고했다. 회당 조회수 3만 여건 안팎이었다. 2013년 6월까지 10개월 동안 연재된 다음 작품 ‘교회를 부탁해’가 화제작이었다. 1회는 조회수가 13만 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님이 설교 중에 제 ‘교회를 부탁해’를 인용하신 게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이 만화는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리 형식으로 푼 거예요. 제가 군대 시절 절실하게 느꼈던 교회의 참된 가치,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거죠.” 마지막 회에는 ‘눈물이 납니다. 참된 교회를 원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등 댓글 163개가 달렸다.
그는 앞으로도 동료들과 크리스천 웹툰을 인터넷 공간에 올릴 계획이다. 크리스천 만화작가 10명과 격주로 성경을 공부하는 하라쉼스쿨을 인도하고,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가 표기된 성경 ‘픽트리성경’ 애플리케이션을 관리한다. 아내 안정혜(28) 작가는 ‘아싸원정대’ 등 어린이들에게 성경을 쉽게 전하는 만화를 그린다. 크리스천 만화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셈이다. 김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가 교회 벽에 그렸던 것처럼, 인터넷 공간에 크리스천 웹툰을 열심히 그리는 중이다.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크리스천 웹툰 '교회를 부탁해' 보셨나요?… 웹툰 사이트 ‘헤븐리스파이’ 운영 김민석 작가
입력 2015-04-22 00:00 수정 2015-04-22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