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시기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성완종 의원실’ 방문자들을 일일이 전수조사하는 목적은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와 관계된 정황을 완전히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성 전 회장과 일부 측근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
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과 그 주변인들이 금품로비 시기를 전후해 실제로 성 전 회장의 국회 의원실을 찾았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의원실 방문 기록을 지난 15일 경남기업에서 확보한 성 전 회장 일정표와 대조해 일정표의 신빙성을 따지는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일부 드러난 일정표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고위 인사를 의원회관으로 불러 만난 적도 있다. 의원직 상실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는 대법원 고위 관계자를 의원회관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각각의 금품로비 의혹마다 독대 사실 확인을 토대로 궁극적으론 돈이 건너간 사실까지 입증해야 하는 수사팀으로선 특정 시점의 상황을 그리듯 재구성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근 11명으로부터 총 21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기지국 이용 내역 등을 분석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만으론 동선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어 성 전 회장 차량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기록, 금품 전달 장소로 추정되는 곳 주변의 CCTV 자료도 확보했다.
자료 수집은 신속하게, 분석은 철저하게 하려는 수사팀이지만 증거인멸 공작에도 시달리고 있다. 수사팀은 경남기업에서 압수한 회사 내부 CCTV 녹화 파일 상당 분량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녹화 자체가 안 된 사실을 파악했다. 경남기업 측이 검찰의 압수수색 사흘 전 대량의 서류를 파기해 외부로 반출했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수사팀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처럼 뚜벅뚜벅 앞으로 가겠다” “한 칸을 채워야만 다음 칸을 비로소 채울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해 “돌아와서 결정할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발견 직후부터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박 대통령도 “특검 도입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은 “열심히 성을 쌓고 있다”는 말로 현재까지의 수사 진척을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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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경남기업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포착
입력 2015-04-20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