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은 18일 다시 격렬하게 부딪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21명을 포함해 100명이 연행되고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강경 진압에 이어 시위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키로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런 대응이 세월호 가족과 시민을 자극해 과격 시위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18일 충돌은 경찰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막아서며 시작됐다. 오후 4시30분쯤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왕복 12차로 도로로 쏟아져나왔다. 경찰 추산 1만여명이 일제히 광화문광장 쪽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청와대로 가서 인간띠를 만들려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이 거리로 나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저수지 수문을 닫듯 차벽을 치고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의경들로 빈틈을 막았다. 경찰병력 1만3700여명, 차량 470여대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차벽에 가로막히면서 거칠어졌다. 차벽을 흔들어 넘어뜨리려 하거나 문과 유리창을 부쉈다. 일부는 소화기와 스프레이 페인트를 분사했다. 의경 1명이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쓰고 실신했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액과 물대포로 응수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등 9명, 의경 3명 등 10여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모두 74명이 다쳤다.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세월호 집회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했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불법폭력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파손된 경찰 차량·장비, 부상한 경찰관과 의무경찰 등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집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는 이례적이다. 해명을 넘어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하원호 경찰청 경비과장은 “(이후 집회에서도) 불법이 있을 땐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세월호 관련 집회는 24, 25일로 예고돼 있다.
경찰은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태의 책임이 시위대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격 시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과 맞물려 발생했다. 단원고 희생자 김동혁군의 아버지 김영래(44)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회가 100% 깨끗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들이 그렇게 조장을 하지 않느냐. 최루액을 부모님들 얼굴에 쏘는데 분개 안 할 사람이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이 시위대를 조롱했다는 전언도 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차벽을 흔드는 시위대를 향해 “버스가 한 번도 넘어간 적이 없다. 아무리 흔들어도 안 넘어갈 것” “아, 우리 경찰들 잘하고 있습니다. 여유 있게 시위대 한 명, 한 명 끌어내십시오”라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벽을 이용한 원천적 진로 봉쇄가 시위대를 흥분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시위대가 차로를 불법 점거하고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막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하원호 과장은 “행진 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책임 공방은 세월호 집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박래군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유가족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민대책회의는 20일 오후 2시 경찰 진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강창욱 양민철 기자
kcw@kmib.co.kr
[생각해 봅시다] ‘선’ 넘은 시위 vs ‘도’ 넘은 진압
입력 2015-04-20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