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녹취록이 등장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그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은 수사 방향을 뒤흔들 만큼 중요한 단서다. 이번 사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지막 방패’로 녹취록을 쥐고 있는지도 다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이 등장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 현 정부의 주요 인물에게 돈을 건넸다는 육성 녹음은 사건 흐름을 ‘해외 자원개발 사업 비리’에서 ‘전방위적 정치권 로비 파문’으로 바꿔놨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에게 경향신문의 녹음 파일이 원본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한 뒤 건네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한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직후 성 전 회장 등과 가진 대책회의 내용을 녹음해 검찰에 전달했다. 이 자리엔 성 전 회장과 한 전 부사장, 수행비서 이모(43)씨가 참석했다. 한 전 부사장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남기업의 비자금 관리총책 역할을 했다는 혐의와 함께 거액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이 1억원을 줬다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관련해 조만간 폭로성 녹취록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의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지난 7일 성 전 회장과 만나 금품 전달 사실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 전 부사장이 당시 대화를 녹음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구명 요청을 위해 여러 인사에게 전화를 했던 만큼 이때 대화를 담은 다른 녹취 파일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녹취록들은 향후 법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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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