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 1.75%로 내려앉으면서 투자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금융시장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수익률 높은 금융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은 각종 협의회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느라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금리 하락에 따른 머니무브 가능성 평가와 업권별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소비자들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펀드수익률이 높아졌던 2007∼2008년 주식형펀드 열풍이 불면서 2007년 4월 51조원이었던 주식형펀드 규모는 2008년 8월 144조원으로 1년4개월 사이 4배 늘었다.
지난해부터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액이 느는 등 서서히 투자로의 자금 이동이 포착됐다. 한은이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ELS는 2013년 초 4조원대에서 2014년 10조원대로 성장했다. 지난달 또다시 기준금리가 내려가 예금 금리가 1%까지 낮아지고,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100선과 700선을 돌파하면서 투자 쪽으로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강남 부유층 사이에선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산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중국 등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ELS보다 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이승호 PB팀 부장은 “많은 고객들이 지난해 박스권일 때부터 주식 시장에 들어와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머니무브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 단기성 자금이 늘어 수익률을 좇아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1년 미만 정기예금 규모는 2013년 1월 134조5818억원에서 지난 2월 154조5368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그는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위험관리 중요성이 높아져 머니무브가 일어나더라도 단기간 급격한 쏠림보다는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예대마진에 집중해 왔던 은행들은 저금리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책 마련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혁신위원회를 열고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IT기업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에 따른 위기상황 등에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신한지주는 ‘글로벌 협의회’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 취임 이후 행내 잘못된 관행 10가지를 없애자는 취지의 ‘10-0(Ten to 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나섰고, 농협지주는 최상록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주재 아래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예금 → 투자상품 ‘머니무브’ 장기화 조짐… 은행 초비상
입력 2015-04-20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