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철폐 덕분에 ‘용서와 화해의 나라’로 탈바꿈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또다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고개를 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동부도시 더반의 난민캠프를 찾아 “외국인 혐오는 남아공이 추구하는 가치를 배척하는 것이며 이 같은 사태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수천명의 이주자들은 외국인 대상 폭력 사태를 피해 더반 난민캠프 등에 피신해 있다.
더반에서는 최근 2주간의 폭력 사태로 에티오피아인 이주민 등 최소 6명이 숨지고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불에 타거나 약탈당했으며 다른 지역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더반 도심에서 2000여명의 무장한 이주자들이 경찰과 대치해 경찰이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을 발사했다. 일부 이주자들과 지역주민이 손도끼와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일자리와 주택·전기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의 화살이 외국인 이주자에게 돌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아공 실업률이 24%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남아공에서는 2008년에도 일자리 부족 등에 분노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60여명이 사망했다.
남아공에는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말라위 등 아프리카 국가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온 500만명가량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4% 정도를 차지한다. 반제노포비아 운동가와 시민 5000여명은 지난 16일 제노포비아 확산을 막고 외국인 이주자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평화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거주하는 빈곤지역에서 작은 상점들을 운영하는 이주민들은 분풀이 대상이 돼 왔다”면서 “이번 폭력 사태는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의 왕이 이주자들에게 남아공을 떠나라는 내용의 연설을 한 것이 계기가 됐으나 정부는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만델라의 나라’에 퍼지는 외국인혐오 폭력
입력 2015-04-20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