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은 국정운영의 삼각 축이다. 어느 한 곳에라도 흠집이 생기면 원활한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살포 메모’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메모 공개 이후 국정은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도대체 어쩔 셈인가. 국민이 집권세력을 넘어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 총리의 경우 19일 4·19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마당에 업무를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이 보장한 행정 각부 통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으로 국내를 비웠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다. 검찰 소환이 불가피해지면서 그는 이미 ‘식물총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실장은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국정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 취임 이후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였으나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거의 칩거 상태다. 새누리당의 외면으로 고위 당정청회의가 중단됐다. 당·정은 고사하고 청와대 비서실이나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냥 침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단순히 행정부를 지원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행정 각부가 총리의 국정 장악력 축소를 틈타 일손을 놓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법안심사 개시에 맞춰 당정청회의를 소집한 것은 잘한 일이다.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회의는 하지 않더라도 수석비서관과 장관이 참석하는 실무 당정청회의는 수시로 열어 국정을 빈틈없이 조율해 나가기 바란다.
임시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 확보와 4·29재보선 승리를 위해 대정부 공세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야당이 현안 처리를 외면하지 않도록 협상력을 강화해야겠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일자리 창출 법안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대야 협상력을 확보하려면 당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이유다.
[사설] 새누리당이 전면에 나서 국정 공백 막아라
입력 2015-04-2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