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황당한 투자유치-르포] 익산 부지 가보니… 허허벌판에 공사 ‘하세월’

입력 2015-04-20 04:04
전북 익산시 왕궁면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 예정 부지.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현재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내외 160개사 유치를 목표로 했지만 지난 1월 1차 분양 결과 입주 신청사는 단 4곳이었다.

18일 찾아간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는 황량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공사를 마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식품클러스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게 정부 목표지만 연구개발센터 등 기업지원시설이나 공장 건설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도 못한 상태였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전체 세 개 공구로 나눠 부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제3공구는 문화재 조사 때문에 아직 부지 조성 공사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12년 종합계획 발표 당시 2015년 입주 목표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연됐다”면서 “2017년 본격적 운영의 뜻도 전체 부지에 공장이 들어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시설용지 분양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2017년 본격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분양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월 1차 분양에서 하림, 원광제약, 조은건강, 에이젯시스템 등 4개 기업만 LH와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107개 기업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대부분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았다. MOU를 체결했지만 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한 국내사 관계자는 “정부 약속이 2015년 완공에서 2017년, 2018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라며 “투자는 시기가 중요한데 더 이상 이곳에 입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익산을 ‘글로벌 식품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달리 주변에 국제공항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적인 식품 클러스터 단지는 모두 공항을 끼고 있다. 익산 인근에 군산공항이 있지만 미군의 반대로 현재 국제선 취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만금지구에 새 국제공항을 짓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 재정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단 임한경 사업지원과장은 “익산은 철도 노선이 가장 잘 발달한 도시이고 새만금항도 가깝지만 국제공항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새만금 사업과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 영역이 일부 겹쳐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의 9%에 해당하는 25.8㎢를 차이나밸리로 조성하고 중국의 식품 기업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차오마마 등 중국 식품 기업 투자 유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두 지구가 모두 중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산=글·사진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