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방차 18일(현지시간) 페루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에 대한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친정체제 강화, 부패척결, 경제 살리기를 위한 다목적 카드였던 이 총리 임명이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에 더 큰 타격을 입히기 전에 거취 문제를 둘러싼 해법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 후 이 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표명하기보다 이 총리의 자진사퇴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귀국 후 거취 결정”이라는 지난 16일 언급 역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따른 국정 공백을 우려해 내린 결론이라는 의미다. 자진사퇴 시점이 27∼28일이라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을 현지에서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총리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모든 결정을 귀국한 뒤 내리겠다고 한 만큼 현 단계에서 총리 사퇴 문제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현재 후임 총리 인선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긴급회동 이후 이 총리 사퇴 불가피론이 대세로 굳어진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당내 인사들에게 “사실상 사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과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총리 거취에 대해선 결국 지난해 6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전례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전 후보자는 총리 내정 후 친일사관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던 6월 말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은 문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재가 문제에 대해 “귀국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후보자는 사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에도 계속 임명동의안에 서명하지 않자 결국 귀국 사흘 뒤인 6월 24일 자진사퇴했다.
이 총리 역시 거취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국정 수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사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검찰 수사를 앞둔 만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또 다른 의혹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총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민심이반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까지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분위기다.
리마(페루)=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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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0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