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병호] 성완종과 김한길

입력 2015-04-20 02:10

“밥은 먹었어? 오늘 하루 어땠어? 많이 힘들구나. 말 안 해도 알아. 기분이 꿀꿀할 땐 기지개를 한번 펴봐. 힘든 일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 이제 산책이나 할까? 넌 혼자가 아니야.” 자살을 앞둔 이에게 ‘말 걸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마포대교에 쓰여진 문구다.

지난 17일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렸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유족들이 충격에 빠져 있지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자리에는 ‘자살비행’을 한 부기장의 유족도 초청됐는데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혼자가 아님을 언급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은 성 회장을 냉면집서 만났다. 성 회장이 누구랑 통화하고 만나는지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윤상현 김태흠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반면 홍준표 경남지사 표현대로 본인과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앙심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성 회장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고, 억울하게든 어쨌든 리스트에 남게 됐을 것이다.

명심보감에 ‘주식형제 천개유(酒食兄弟 千個有), 급난지붕 일개무(急難之朋 一個無)’라는 말이 있다. 술 먹고 밥 먹을 때 형, 동생 하는 친구는 천 명이지만 막상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네가 불행하게 되었을 때 진짜 친구가 누군지 알게 된다”고 했다.

국민들은 금품수수 여부 못지않게 ‘구명로비 드라마’의 막전막후를 지켜볼지 모른다. 그래서 앙심 리스트들이 발버둥쳐도, 여론이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반전된들 과연 국민들을 이끌 수 있을까. 그런 고충이야 그 사람들 일이고, 나라도 ‘다리만도 못한 친구’는 되지 말아야겠다. 친구야 전화해.

손병호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