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루키’ 김세영(22·미래에셋)의 우승은 항상 극적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거둔 5승도 매번 대회 마지막 날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역전의 여왕’이다.
올해 미국무대로 뛰어든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2월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2타차 열세를 딛고 연장전에 합류한 뒤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주전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3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음에도 브리타니 린시컴에 역전패, 자존심에 금이 갔지만 롯데챔피언십에서 ‘끝내기 샷 이글’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상금 선두와 신인왕 포인트 선두는 덤이었다.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 기적 같았던 ‘끝내기 샷 이글’
김세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383야드)에서 끝난 롯데챔피언십에서 최종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18번홀·파4)에서 김세영은 154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이글로 연결시켰다. 2개월여 만에 다시 우승컵을 안으며 가장 먼저 2승째를 올렸다. 상금 27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보태 69만9735달러로 상금 선두로 올라섰고 신인왕 포인트 선두도 굳게 지켰다. 이전과 달리 마지막 날 1타차 선두로 출발해 처음 우승을 따내는 경험도 했다.
연장전 돌입 자체도 극적이었다. 김세영은 16번홀(파3)까지 박인비, 김인경(27·한화)과 함께 11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렸다. 17번홀(파4)에서 한 타를 잃은 김인경이 먼저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고 18번홀에서 김세영의 티샷이 물에 빠지면서 우승컵은 박인비에게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세 번째 샷을 그린 근처로 보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인비의 먼 거리 버디 퍼트는 홀 바로 앞에 멈춰 서 사실상 파를 확보한 상황이 됐다. 반드시 넣어야만 동타가 되는 김세영은 7야드 남짓한 칩샷을 홀에 집어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다. 18홀과 연장 모두 한편의 드라마였던 셈이다.
이로써 시즌 개막 후 6개 대회를 독식하던 한국(계) 선수들은 최근 2개 대회에서 크리스티 커, 린시컴(이상 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다시 우승 행진을 재개했다.
특히 1위부터 공동 4위까지 상위 5명이 모두 한국선수들이었다. 5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김인경이 9언더파 279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김효주(20·롯데)와 최운정(25·볼빅)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김세영, 그 명성 그대로
김세영의 끝내기 이글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KLPGA 투어 첫 승을 따낼 때도 마지막 날 18번홀(파5)에서도 투온을 시키고 이글퍼트를 성공시켰다. 같은 해 9월 한국 골프사에 가장 극적인 역전극도 그가 주인공이었다.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선두에 5타차로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9번홀 이글, 17번홀 홀인원으로 연장전에 들어간 뒤 유소연을 꺾고 우승했다. 아울러 이번 대회 1, 2라운드 같은 조에서 만난 린시컴에게 6타차로 압승을 거두며 설욕전을 폈다. 김세영은 연장전 이글 상황에 대해 “정말 믿을 수가 없다. 공을 가까이 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기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김세영 LPGA 롯데챔피언십 우승] 두번의 기적… 18번홀 칩 인·연장 샷 이글
입력 2015-04-20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