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서 비디오 분석이 체계화된 계기는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4강 진출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압신 고트비(51) 비디오 분석관이었다.
한·일월드컵 이전 한국 축구는 비디오로 촬영한 경기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보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고트비 분석관은 컴퓨터와 그래픽을 도입,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과 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한국의 비디오 분석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현재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소속 팀들은 모두 비디오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비디오 분석이 보편화되자 비디오 분석관은 유망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 분석관이 되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 영상분석 전문업체 직원들이나 은퇴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이 구단에 채용되거나 외주를 받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엔 비디오 분석관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은 없다. 현재 영국과 독일에 비디오 분석관을 키우기 위한 교육 과정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비디오 분석관을 지낸 김세윤(49) 서울 이랜드FC 전력 분석관은 “비디오 분석관이 되려면 우선 선수 못지않게 축구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야 한다”며 “카메라와 컴퓨터 등 장비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하며, 또 감독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영어 구사 능력은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선수 출신이 유리하지만 비(非)축구 선수 출신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비디오 분석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디오 분석관은 대부분 비선수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김 분석관도 고려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비선수 출신으로 축구라고는 동아리 활동을 해 본 것이 전부다. 그러나 프로축구 클럽을 거쳐 2008년 1월 출범했던 ‘허정무호’에 승선해 대표팀에서 활동했다. 유럽축구에 빠졌던 그는 스포츠 영상분석 회사에 다닌 것을 계기로 축구 분석을 업으로 삼게 됐다.
김 분석관은 직업으로서의 비디오 분석관에 대해 “비전과 보람이 있는 직업이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라며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우선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야근도 많다. 또 출장도 많이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때가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채용시장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비디오 분석관에겐 선수급 축구 이해도·외국어 구사 능력·첨단장비 자유자재로 ‘3박자’ 필수
입력 2015-04-21 02:59 수정 2015-04-21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