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상웅(32·사진)이 홍광호(33)에 이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부터 ‘미스 사이공’에서 투이 역을 맡고 있는 홍광호의 후속으로 캐스팅됐다.
‘미스 사이공’ 제작사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은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공연 중인 작품의 일부 배우를 교체하면서 투이 역에 조상웅을 캐스팅했다고 19일(한국시간) 발표했다. 그는 5월 9일까지 공연하는 홍광호의 바통을 이어받아 같은 달 11일부터 무대에 선다.
런던 웨스트엔드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중심지다.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베트남 전에 파견된 미국 군인 크리스와 현지 소녀 킴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미스 사이공’은 지난해 25주년을 맞아 새로운 프로덕션이 만들어졌다.
조상웅이 연기하는 투이는 부모님이 정해준 킴의 정혼자다. 크리스와 사랑에 빠진 킴에게 거절당한 뒤 베트콩 장교가 됐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투이는 1989년 초연 이후 오랫동안 킴에게 집착하는 악역으로 그려졌지만 지난해부터는 투이 역시 전쟁의 희생자로 묘사된 게 특징이다. 진성으로 3옥타브 이상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뛰어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이기도 하다.
조상웅은 지난해 2월 ‘미스 사이공’의 한국 공연 오디션에서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 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크리스 역에 응모했지만 그들이 투이 역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미스 사이공’의 제작 자체가 지난해 무산됐다. 이에 영국 측이 웨스트엔드 공연 오디션을 먼저 제안했고, 지난달 그의 노래와 연기를 담은 영상을 본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했다.
부산 경성대를 졸업한 조상웅은 2006년 일본 극단 시키가 서울에서 공연한 ‘라이온킹’ 오디션에 합격, 뮤지컬에 입문했다. 주인공 심바 역을 열연했고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시키에서 활약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코러스 라인’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2013년 ‘레미제라블’ 한국 공연에서 마리우스 역으로 국내에 복귀했다. ‘위키드’와 ‘러브레터’의 주역 피에로와 이츠키 역을 소화했다. 세 작품만 출연해 국내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국민일보와 단독으로 만난 그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웨스트엔드 무대는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에 투이 역에 캐스팅됐을 때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며 “광호형이 지난 1년간 너무 잘해 내게도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스 사이공’이 이미 공연 중인 만큼 작품에 빨리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행히 시키 활동 당시 그런 경험을 많이 해 런던에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장지영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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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상도 못한 웨스트엔드 무대 꿈만 같다”… 英 뮤지컬 ‘미스 사이공’ 투이 役 캐스팅 조상웅
입력 2015-04-20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