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SNS ‘톡방’에 두 그룹이 있다. 가장 자주 들르는 방이고 또 가장 자주 글을 올리는 방이다. 한 톡방의 주제는 주로 걷기 이야기, 여행 이야기, 자원봉사 이야기,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 모임 이야기, 존경하는 사람 이야기, 팟캐스트 이야기, 세계문화 이야기들이다. 다른 톡방에서는 부동산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건강 이야기, 승진 이야기, 창업 이야기, 비즈니스 이야기, 계약 이야기, 늙어가는 이야기, 잘나가던 젊은 시절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한 톡방에선 ‘마음을 비우는 이야기’가, 다른 톡방에선 ‘아직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셈이다. 통찰과 욕망의 차이다. 한 톡방에서는 시사 주제가 자주 나오고 자기 의견을 뚜렷이 밝혀서 뜨거워질 때가 많다. 다른 톡방에서는 시사 자체에 입을 다문다. 누가 말을 꺼내더라도 아예 대꾸를 하지 않거나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라는 토가 달리곤 한다. 참여와 회피의 차이다.
두 톡방의 공통점도 있다. 하나는 ‘먹방’이고 다른 하나는 ‘유머’다. 먹은 거 자랑하고 서로 놀려먹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차이는 있다. 한 방은 만드는 방식, 재료 이야기로 발전하는 반면 다른 톡방은 그저 ‘맛있네, 맛있겠네!’로 끝이다. 유머 방식도 다르다. 한 톡방은 아예 속을 드러내는가 하면 다른 톡방은 여전히 갖은 예의를 다 차린다.
독자들은 두 톡방의 성격을 짐작하셨을 것이다. 한 톡방은 여러 세대들이 모여 있는 그룹으로 사회에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사이다. 다른 톡방은 동년배로서 젊은 시절 학연으로 만나 주로 행사 때 만나는 사이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귀와 입을 열게 하는 그룹은 어디일까.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새로운 나로 끌어주는데 어떤 편이 좋을까. 괴로운 나, 슬픈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그룹은 어디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두 그룹이 나의 양 날개라는 사실이다. 이 양 날개가 나를 균형 잡게 해주고 날게 해준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이 양 날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양 날개로 날아보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내가 속한 두 그룹
입력 2015-04-2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