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하나님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도 아들 잃은 아비다. 아들이 십자가에서 몇 시간 동안 매달려 있는데도 속절없이 지켜만 보았다. 가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천천히 죽어가는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날, 그곳은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내렸지 싶다. 얼굴을 가리고 꺼이꺼이 우시는 아들 잃은 아버지 하나님. 딱도 하시지. 불쌍한 우리 하나님.
언제부턴가 하나님은 신이 난다. 아들의 죽음을 기억해주는 이들 때문이다. 당신의 아들, 예수의 이름을 날마다 불러주는 고마운 사람들, 죽음을 애도하며 나 때문에 죽었다며 애통해하며 자신도 십자가를 지겠다고 공언하는 제자들, 하나를 빼앗기고 셀 수 없는 자녀를 얻었으니 위로를 받았다. 참 좋기도 하시겠다. 더 없이 행복한 우리 하나님.
언제부턴가 하나님이 다시 운다. 왜 죽은지도 모르는 아들, 딸이 차마 그리워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하라고, 그냥 사고라며 비하하고, 죽음을 돈으로 환산하고, 죽인 자가 불쌍하다고 악을 쓰는구나. 참척의 슬픔 당한 하나님 심정을 헤아린다면서 자식 죽어 우는 부모 마음을 짓이기는구나.
오늘도 바다는 적막하고 날은 흐리고 비가 내린다. 하나님도 아들을 잃었다.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
[겨자씨] 하나님도 아들을 잃었다
입력 2015-04-2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