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을 보이는 임신부가 많아졌다. 일부 임신부나 언론이 ‘산모 굴욕 3종 세트’라고 표현하는 ‘제모, 관장, 내진’에 대한 거부감이 빚어내는 풍조라고 할 수 있다. 출산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상적 의료개입을 나열하면 무려 20여개 항에 이른다.
그런데 의사 중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1999년 우리나라에 자연주의 출산의 하나인 수중분만을 처음 도입한 사람으로서 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우선 자연주의 출산은 제왕절개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불렸던 자연출산을 말하는 ‘질식분만’과는 구별돼야 한다. 자연주의 출산의 엄격한 정의는 ‘의료적 개입을 최소한도로 줄인 상태에서 산모 스스로 출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의사의 도움 없이 산모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자연 출산 능력이나 에너지만을 사용해 출산하는 것이다.
일찍이 자연주의 출산을 받아들였던 유럽의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와 미국, 그리고 미국 의료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우리나라에서의 자연주의 출산은 의미가 사뭇 다르다. 즉 유럽 국가들은 출산을 ‘문화’로 인식하는 반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출산을 ‘의료행위’의 하나로 접근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은 각국의 제왕절개 수술률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현실화된다.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15% 전후의 제왕절개 수술률을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약 25∼30%, 우리나라는 35∼37%에 이른다.
자연주의 출산은 제왕절개 수술률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모든 임신부는 분만 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최선의 출산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자연주의 출산은 자기 몸의 자연적인 기능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출산 후에는 자신이 겪었던 분만 및 진통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강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 경험은 앞으로 가족과 함께 세상을 헤쳐 나가며 살게 되는 궁극적 에너지가 된다.
박문일 동탄제일병원 원장
[헬스 파일] 자연주의 출산
입력 2015-04-21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