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고뇌 어린 중남미 순방

입력 2015-04-18 05:3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중남미 4개국 순방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영접 나온 인사들과 함께 우산을 직접 받쳐들고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18시간가량의 긴 비행 끝에 16일 밤(이하 현지시간) 중남미 4개국 순방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17일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외교일정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12일간 해외 일정은 메가톤급 악재로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유예한 고뇌어린 순방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고뇌의 순방일정 시작, 12일간의 해법은=박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서울공항에서 출국할 때 전용기 기내를 한 바퀴 돌며 동행 출입기자단과 인사를 나눠왔지만 이번에는 생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국 시간이 늦어지면서 급하게 출발하느라 인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완종 파문이 국정 표류 상태까지 확산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동 순방 출국 시 서울공항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모두 환송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청와대에서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만 나오는 등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현재로서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내내 국내 여론과 검찰 수사 진행 등을 주시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와 관련한 결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이 총리에 대한 거취 결정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는 27일 귀국 즈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파문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부패 척결, 비리 청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콜롬비아 전자상거래 협력으로 중남미 시장 진출=박 대통령은 보고타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산토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고부가가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 뒤 18건의 경제·비경제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특히 양국 간 전자상거래 협력 MOU 체결에 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중남미 온라인·홈쇼핑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년 내 중남미 전체 시장에 연 30억 달러(3조2000억원가량) 이상 온라인 수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이밖에 보고타 지하철 1호선(76억 달러), 바랑카베르메하 정유공장(30억 달러) 등 117억 달러(12조6000억원가량) 상당의 사업협력 MOU도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비즈니스 포럼, 동포 간담회, 콜롬비아 한국전 참전용사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한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6·25전쟁 참전국이다.

보고타=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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