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의 진상을 규명하는 검찰 수사가 불법 정치후원금으로까지 뻗어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았다고 자진 신고하는 의원도 등장했다.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 수사선상에 오르는 정치권 인사는 ‘리스트’의 8명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15일 성 전 회장의 측근 11명에게서 압수한 300여점의 물품 중 디지털 증거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 검토를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21개, 다이어리·수첩 34권, 회계전표 관련 파일철 257묶음, 기타 파일철 16묶음을 확보했다. 함께 압수한 디지털 증거 53점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복원 혹은 분석해 수사팀에 넘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차량에 장착돼 있던 고속도로 하이패스 단말기도 입수해 이용 기록을 복원하는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의 경우 파일 하나가 수십만쪽이나 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자금 전달 관련자들의 동선·통신·금융거래 내역을 입체적으로 종합해 범행 과정을 정교하게 재구성할 수 있느냐에 수사 성패가 달린 상황이다.
수사팀이 확보한 자료에는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의 국회의원 후원금 및 출판기념회 후원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단계는 일단 최대한 많은 자료를 동원, 특정한 상황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인맥 관리를 해온 성 전 회장은 정치권 후원 역시 활발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2013년 8월쯤 성 전 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후원자 두 명을 소개했으니 그렇게 알라”고 통보한 뒤 차명으로 300만원, 200만원이 입금됐다는 얘기였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다른 의원들은 (성 전 회장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최근까지 ‘성완종’ 명의로 여야 의원들에게 300만원을 초과한 고액 후원금이 들어간 기록은 없다. 직원과 지인 명의를 동원해 후원금을 건넸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성 전 회장의 석연찮은 국회의원 후원 내역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사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에게 차명 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며, 위반하면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천만원대 고액 후원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도 있다.
이경원 기자
[관련기사 보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된 모든 것 수사한다”… 檢, 불법 정치후원금도 뒤진다
입력 2015-04-18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