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제 참가자-경찰 충돌 유족 1명 중상

입력 2015-04-18 02:18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 4160명이 17일 서울광장에서 '건전지 촛불' 4160개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고 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민주주의국민행동과 세월호국민대책회의는 '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란 타이틀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병주 기자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 이후 거리행진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중상을 입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틀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17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집회에서 단원고 고(故) 박성복군의 어머니 권남희(43)씨가 경찰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갈비뼈 4대가 부러지고 그중 일부가 폐를 찔러 피가 고였다”고 말했다.

청계로를 통해 조계사 옆 템플스테이 골목에서 시위대 300여명과 함께 경찰과 대치하던 권씨는 오후 11시55분쯤 갈비뼈 통증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안산 단원구 한도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119 구급활동 일지에는 ‘현장도착 시 (권씨가) 조계사 횡단(보도) 앞에 앉아 있는 상태였고 넘어지면서 화분에 부딪혔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화분에 부딪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지는 불분명하다. 한 방범순찰대원은 “시위대가 유족을 앞세워 경찰 차단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아주머니(권씨)가 넘어지고 시위대가 그 위로 넘어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용된 경찰 채증 카메라 9대 중 당시 장면을 잡은 카메라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문감사실에 사실관계 조사를 의뢰했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대통령은 국내에 없고 대신 경찰의 폭력만 난무했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차벽을 부수려 하거나 경찰관에게 무력을 쓴 혐의로 집회 참가자 10명을 연행했다. 이 중 세월호 유가족은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31기동대 소속 이모(32) 경사도 실신해 경찰병원으로 실려 갔다.

광화문 일대에는 시민 5000여명이 모여들어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서울광장에선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드는 ‘촛불 기네스 도전’ 행사가 펼쳐졌다.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2∼3명씩 분향했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 곳곳에 차벽을 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