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박준호 前 경남기업 상무 “로비 내역 ‘비밀장부’는 없다”

입력 2015-04-18 02:16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사진) 전 홍보담당 상무가 17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쏟아진 각종 의혹과 관련, 입을 열었다. 여야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겼다는 ‘비밀장부’에 대해선 “그런 장부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 이모(43)씨가 “장부가 아닌 다른 형태의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나, 이씨와 함께 가졌던 마지막 회동은 다음날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는 자리였다”며 당시 사용했던 문서가 든 ‘노란 봉투’를 직접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숨기지 말라는 게 성 전 회장의 유지”라며 자신을 포함한 측근들이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오전 9시쯤 경기도 고양시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 “여야 의원 14명의 이름이 담겼다는 로비 장부는 없다”고 일축했다. 정계에 있을 당시 만든 성 전 회장의 단순한 일정표를 곡해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사한 장부나 리스트가 나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단언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본사와 전·현 임직원 및 성 전 회장 측근의 자택 등 15곳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상무는 “‘숨기지 말라’는 것이 회장님의 유지다. 조사받는 상황에선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사실 그대로 임하겠다”며 “하지만 비밀장부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형태의 관련 증거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비서실장 이씨가 검찰에 넘긴 ‘자료’를 언급하며 “종이 형태가 아닌 다른 것이다. 내용은 자세히 모른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 측근들이 모처에 모여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처음에 밝혔던 것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오해받을 소지도 줄일 것이다. 어차피 숨겨지는 것도 없어 팩트대로 수사에 임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끼리 모임도 아예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 사망 전날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책회의’라고 알려진 자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이 실장 등의 최대 관심사는 영장실질심사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모였고, 판사의 질문에 답변할 논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회의를 통해 마련한 답변 자료와 영장심사 관련 서류를 ‘노란 봉투’에 담아 같은 날 저녁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성 전 회장과 만났다는 것이다. 박 전 상무는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서 해당 서류 봉투를 직접 꺼내 보여줬다. 봉투 안에는 변론제안서와 판사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그 논거를 정리한 문서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이 실장이 당시 내 차로 이동했는데 회장님이 ‘다음에 보자’고 해 내 차에 두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양민철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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