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차분히 해….”
경기도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선수단과 학부모들은 주먹을 움켜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3학년 박세리 선수가 강한 스매싱을 성공시키자 “잘했어, 잘했어. 가자 가자!”라는 응원 함성이 울려퍼졌다. 유니폼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고, 물병엔 ‘REMEMBER 0416’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17일 오후 ‘제61회 전국탁구 종별선수권대회’ 여고부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전북 전주화산체육관.
응원단과 관객은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체육관은 긴장과 환호, 탄식으로 가득했다. 결승 상대는 단원고와 대구 상서고.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은 1년 전 ‘세월호 참사’로 250명의 친구를 잃었다. 이 학교 탁구부는 지난해 참사 다음날 열린 전국대회 여고 단체전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을 거뒀다. 이후 선수들은 사고의 충격을 이겨내며 훈련에 전념했고 이날 다시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몹시 긴장한 탓인지 단원고는 모두 5경기 중 첫째 판과 둘째 판을 내리 내주고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잊지 않겠다’는 구호처럼 선수들은 다시금 파이팅을 외쳤다. 박세리와 노소진 선수가 복식에서 승리한 뒤 박 선수가 단식에서도 연거푸 승리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선수들은 1년 전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법했지만 열심히 해야 먼저 떠난 친구들이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대망의 다섯 번째 경기. 김민정 선수가 1, 2세트를 내리 이기자 단원고 3연패의 기록이 대역전승으로 달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상서고 이다애 선수가 두 세트를 이겨 다시 2대 2. 긴박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선수단과 학부모는 물론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한 구 한 구에 눈을 떼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한 2시간30분의 경기는 결국 마지막 세트 스코어가 8대 11로 끝나면서 단원고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기대 이상으로 잘했어요. 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겠습니다.” 단원고 탁구부의 오윤정(여) 코치가 짤막하게 인사했다.
시상식. 값진 준우승 트로피가 전해졌지만 선수들은 축 처진 어깨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팀인 상서고 선수단과 관객, 대회 관계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단원고 선수들은 전광수 교감이 한 명씩 안아주자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경기는 졌지만 전 교감의 격려 말은 체육관에 울려퍼졌다. “수고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정말 멋진 경기였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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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8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