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됐다’ 할 때까지 사과해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日 무라카미 하루키

입력 2015-04-18 02:37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17일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루키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잘한 사실이 어쨌든 간에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개요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중·일 삼국 간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역사인식은 매우 중요하기에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루키의 발언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문구를 넣을지 말지 망설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인식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키는 이어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아주 큰 가능성이 있다. 시장으로서도 매우 큰 양질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서로 으르렁대서 좋을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한국과 중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대에는 여러 문제가 억제돼 왔지만 한국과 중국의 국력이 상승해 그 구조가 무너지면서 봉인됐던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면서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 일본에는 자신감 상실 같은 것이 있어서 좀처럼 그런 전개(한국과 중국의 부상)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루키는 또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15만명이 피난 생활을 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오랜 기간 살던 땅을 돌연 떠난다는 것은 인간의 혼이 부분적으로 살해되는 것과 같다”며 “그런 사람을 15만명이나 만들었다는 것은 국가 존재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위험성을 가진 채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국가의 도덕성 차원에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키는 지난해 11월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일본인들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공통적으로 자기책임 회피 경향이 있다”면서 “태평양전쟁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 대해 정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