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태평양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새뮤얼 라클리아(사진) 미 태평양사령관은 17일(한국시간) 상원 군사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괌이 아닌 한반도에 사드 포대를 추가로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지휘관이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의 발언으로 상대적으로 잦아든 형국이었다. 카터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드는 아직 생산 단계에 있어 현재 세계 누구와도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이 잠재운 논란을 미군이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 군부가 끊임없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미 군부의 이해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책 연구소 전문가는 “미국 정부기관 내에서도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리된 것 같지 않다”며 “국방부는 사드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흘리며 적극적인 반면 국무부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갈등 관계를 불러올 필요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봤다.
미 국방부는 정부 간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배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해 이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능력이나 핵탄두 소형화 진전을 강조하는 것도 사드 배치 명분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놓고 미 군부가 ‘언론 흘리기’를 통해 전방위적인 압박 게임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국방예산 삭감에 따른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사드 관련 세미나에서 “사드 배치 논란은 역내 세력 전이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포석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와 동맹국에 대한 비용분담 요구가 연관돼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국방비 4920억 달러를 감축할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기획] 美 태평양 사령관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중”… 미국 軍 당국의 사드 배치 가능성 잇단 시사, 왜?
입력 2015-04-18 02:12